
안녕하세요, 음악과 문화 이슈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레입니다.
최근 전 세계 음악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었죠.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2027년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출품 거부, 즉 ‘그래미 보이콧’ 선언입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리는 듯한 통쾌함과 동시에, 여전히 견고한 서구 음악계의 보이지 않는 벽에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세계 최고의 팬덤을 보유하고 빌보드를 수시로 씹어먹는 BTS가 왜 그토록 열망하던 그래미를 스스로 거부했을까요? 그리고 그래미 CEO의 해명 발표 후 전 세계 아미(ARMY)들과 외신들이 왜 그토록 분노했는지, 제 주관적인 시선과 함께 외신의 분석을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1. 그래미가 내민 “아시아팝”이라는 달콤한 독사과
문제의 발단은 그래미 측이 2027년 시상식을 앞두고 신설한 ‘베스트 아시아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드디어 아시아 음악의 영향력을 인정해 주는구나!” 싶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성명을 통해 “아시아 음악의 깊이와 다양성을 기리고 인정 대상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며 생색을 냈죠. 본상(General Field) 진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아티스트를 가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더 준 것이라고 포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건 전형적인 ‘갈라치기’이자 ‘눈 가리고 아웅’이었습니다.
영국 BBC와 미국 CNN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래미의 새 규정상 한 곡은 오직 하나의 퍼포먼스 부문에서만 경쟁할 수 있습니다. 즉, 새로 생긴 ‘아시아팝’ 부문에 응모하는 순간, 예전에 후보로 올랐던 ‘베스트 팝 두오/그룹 퍼포먼스’ 같은 주류 팝 부문 경쟁에서는 자동으로 배제되는 시스템인 것이죠. 둘 다 노릴 수 있다는 회장의 말은 자신들이 만든 규정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허울뿐인 해명이었습니다.
게다가 더 황당한 것은 아시아팝 부문 후보 조건으로 “아시아 언어의 의미 있는 사용”을 내걸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BTS의 최신 앨범 [Arang]이나 글로벌 히트 싱글 [Swim]은 가사의 80% 이상이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결국 BTS를 겨냥해 만든 듯한 카테고리가 정작 BTS의 진짜 글로벌 히트곡은 담지도 못하는 모순을 발생시킨 획기적인(?), 아니 조잡한 규정이었던 셈입니다.
2. “우리를 틀 안에 가두지 마라” – BTS의 위대한 선언
BTS는 이번 보이콧을 통해 단단하게 선언했습니다. “우리의 음악을 지역이나 언어로 나누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 달라.”
제가 보기에 BTS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상 하나를 못 받아서 삐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동안 그래미는 BTS를 다섯 번이나 후보에 올리고 세 번이나 시상식 무대에 세워 시청률과 화제성을 쏙 빼먹으면서도, 단 한 번도 본상은커녕 주요 상을 쥐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와서 “너희는 아시아인이니까 아시아인들끼리 노는 방을 하나 만들어줄게. 메인 무대에는 기웃거리지 말고 여기서 놀아”라는 식으로 시혜적인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이에 대해 BTS는 고개를 숙이고 그래미가 만들어준 ‘별도의 문’으로 들어가는 대신, “애초에 왜 우리에게만 별도의 문이 필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문을 차버렸습니다. 주류 팝 아티스트로서 당당하게 정면 대결을 하겠다는 결기, 그리고 아시아 아티스트 전체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책임감이 돋보이는 거장다운 행보였습니다.
3. 차트 역주행으로 응답한 전 세계 아미, 그리고 백범 김구의 꿈
BTS가 멋진 선언으로 그래미의 뺨을 때렸다면, 그다음 펀치를 날린 건 전 세계 아미들이었습니다.
팬들은 분노를 폭력이나 비난으로 표출하는 대신, BTS가 이미 4개월 전 발표했던 앨범 수록곡 ‘Alien(에일리언)’을 다시 집단 스트리밍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목부터 ‘외계인’, ‘이방인’을 뜻하는 이 곡은 서구 음악계에서 늘 ‘이방인’ 취급을 받던 자신들의 처지를 노래한 곡입니다. 배척당하는 현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뒤집어버리는 가사가 담겨 있죠. 가사 속에는 “해는 동쪽에서 떠오른다”는 표현과 함께,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한국의 관습을 빗대어 “우리 세계에 들어오려면 우리의 규칙을 따르라”는 당찬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래미 보이콧 소식이 전해진 직후, ‘Alien’은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60여 개국 음악 차트에서 1위로 역주행했습니다. 그래미라는 낡고 고루한 권위가 트로피를 주지 않자, 전 세계 팬들이 직접 차트 1위라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트로피를 BTS의 손에 쥐어준 것입니다.
노래에 등장하는 메시지는 과거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원하셨던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문화의 힘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존경을 받는 나라.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그래미라는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고 있는 BTS 일곱 청년들이야말로 그 꿈을 현실로 증명해 내고 있는 주인공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맺음말: 그래미의 시대는 가고, 문화의 본질만 남는다
이번 BTS의 그래미 보이콧 사태를 보며 저는 느꼈습니다. 이제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인종과 언어로 선을 긋는 시상식은 시대착오적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요.
음악은 인종이나 지역으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훌륭한 음악은 국경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흔듭니다. 이번 사건은 상을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자신들의 위상을 전 세계에 완벽하게 증명해 낸, 대중음악사에 오래도록 기록될 명장면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번 그래미의 ‘아시아팝’ 신설과 BTS의 보이콧 선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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